목차
없음
본문내용
이문열이 쓴 작품 속에는 어린 시절 교실에서 겪은 상황이 아주 정교하게 담겨 있다. 초등학교 교실이라는 작은 공간이지만 묘하게도 거기에서 벌어지는 일이 세상 전체를 축소해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한병태가 전학을 오게 되었을 때, 그는 새 학급에서 적잖은 혼란을 맛본다. 어수선하면서도 한편으로 이미 완성된 질서가 존재하는 곳이었다. 그 무대 중심에는 엄석대라는 친구가 서 있었다. 아무도 대놓고 그를 반박하지 못했고, 선생님조차도 별다른 의문을 품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병태는 처음부터 그 상황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자신이 다니던 학교에서는 적어도 교사가 모든 것을 주도했다. 그런데 새로운 곳은 다른 분위기가 감돌았다. 엄석대가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권위를 갖추고 있었고, 주변 친구들 또한 그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순응했다. 이해하기 힘든 규칙이 있었으며, 한병태 입장에서는 뭔가 잘못된 게 보이는데도 아무도 눈치채지 않는 듯 보였다.
처음에는 아무도 없는데 스스로 제왕처럼 군림하는 엄석대가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다. 때로는 그가 능력을 갖춘 것 같기도 했지만, 동시에 마음속 한편에는 꺼림칙함이 싹텄다. 어째서 이 모든 상황이 묵인되고, 심지어 선생님까지 그 애를 칭찬하는지 의문이 커졌다. 교실이 조금 좁았고, 여러 친구들이 말없이 순종하는 모습이 답답하게 다가왔다. 그 와중에 한병태 혼자만이 불만을 품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한병태는 억지로라도 교실의 분위기에 적응해야 했다. 엄석대는 친구들이 먹을 간식을 똑같이 분배하는 척하면서 은근히 자기에게만 유리한 조작을 했고, 공부나 청소 같은 일을 조율한다는 명목 아래에서 제 권력을 더욱 강화했다. 웬만한 친구들은 거기에 대놓고 반기를 들지 않았다. 밖에서 보기에는 다들 사이좋아 보이지만, 교실 안은 묘하게 기이한 균형이 유지되고 있었다.
출처 : 해피캠퍼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