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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뮤얼 헌팅턴이 내놓은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냉전 이후의 전 세계가 더 이상 이념 대립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관찰이다. 옛날에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핵심이었고, 그 둘을 중심으로 다양한 국가가 우열을 가리려 했다. 한동안 그 경쟁이 무척 치열했다. 그러나 특정 이념의 균열이 서서히 드러난 뒤에는, 서로 다른 문명적 토대가 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고 말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그 지점에서 헌팅턴이 보고 싶었던 것은 문화가 갖는 본질이었다. 그는 국경을 넘는 신기술과 자본의 유통보다, 사람들의 문화적 뿌리가 더 뿌리 깊은 구분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겉으로 세계가 하나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여도, 가치관과 전통, 종교는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헌팅턴이 제시한 문명권 구분은 여러 지형과 종교, 역사적 경험을 기준으로 짜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에게는 서구가 이끌어 온 거대한 전통, 유럽과 미국이 공유하는 그리스도교적 세계관, 한자 문화권을 바탕으로 수천 년간 역사를 이어 온 중화권, 이슬람의 신앙이 뿌리내린 지역 등이 두드러졌다. 그밖에 아프리카 대륙이나 힌두교 문화권도 묶어놓았다. 그는 세계가 더 다원화된 길을 갈 때 어떤 긴장이 벌어질 수 있는지 염두에 두었다. 과거의 냉전 시절보다 훨씬 복잡한 상호 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문명이 충돌한다는 표현이 강해 보이지만, 그는 문화적 정체성이 충돌의 단서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어떤 세력은 서구 중심의 질서를 거부하고, 다른 세력은 스스로를 재발견하면서 외부의 영향력을 견제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슬람 문화권이 주목되는 이유는 종교적 에너지가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특정 공동체가 가진 신앙체계는 정치나 경제와 떼어 놓고 보기 어렵다. 여러 세기에 걸쳐 무슬림 사회는 지역마다 특색이 다르게 드러났고, 그 안에서 근대화와 전통 사이의 갈등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집단적 정체성은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에 헌팅턴은 의미를 부여했다. 서구적 기준으로 접근할 때, 종종 이슬람 지역이 극단적이고 폐쇄적인 집단으로 보이는 시각이 존재했다. 그는 그런 시각 자체가 확대 해석이라고 보면서도, 종교가 만들어내는 결속력이 때로는 다른 문화권과 맞서면서 긴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이 앞으로 한층 더 드러날 수 있다는 주장이 당시에는 낯설어 보이기도 했다.
출처 : 해피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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