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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존 버니언이 쓴 이야기에는 묘하게 끌리는 힘이 있다. 감옥에 갇힌 상황에서 종교적 고뇌를 풀어내려 애쓴 흔적이 문장 곳곳에 배어 있다고 느낀다. 길을 잃은 한 사람이 먼 곳을 향해 떠나는 모습이 떠오르는데, 막연한 불안과 동시에 뭔가 큰 희망에 가까워지는 듯한 기분을 전달해주는 작품이다. 처음 몇 장을 읽었을 때에는 영적 수수께끼 같은 것들을 내가 다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겨갈수록 직접 체험한 아픔과 기쁨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이야기가 살아 숨쉰다고 느꼈다.
단계마다 벽에 부딪히는 모습이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세상사는 언제나 순조롭지 않고, 다리가 무너지고, 모래 구덩이에 빠지는 일 같은 것이 불쑥 찾아온다. 이 책을 통해 그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힘겹게 한 발 내디뎌도 갈 길이 여전히 멀다. 뒤를 돌아보고 싶다가도, 뭔가 더 멀리 보이는 성과도 같은 목적지를 향해 계속 나아가는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 한구석이 따끔거리기도 했다. 꼭 누군가가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 자신 또한 일상에서 자주 걸려 넘어지는데 그 인물이 겪는 어려움이 남 일 같지 않았다.
주인공이 여정에 나설 때 무거운 짐을 짊어진 장면이 떠오른다. 처음에는 그 짐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이해되지 않았다. 조금씩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 무게가 내 머릿속에서도 점점 무거워진다. 읽는 이도 마음 한편에 자신만의 짐을 안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절망으로 치닫는 흐름만 있진 않다. 때로는 눈앞에 보석같이 빛나는 순간도 있다. 함께 걸어가는 이들 사이에서 살아 있는 믿음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은 무척 생생하다. 겁주고 속이는 이부터 진심으로 도와주는 이까지, 주인공 앞에 나타나는 존재들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온갖 감정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어떤 이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던져서 주인공의 마음을 흔들고, 또 다른 이는 위로와 조언을 건네며 길 위의 불안을 덜어준다. 한 사람의 내면에 자리 잡은 갈등을 이외의 등장인물로 구현한 표현 방식을 보며 작가가 남다른 구상을 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신앙을 갖지 않은 이라도, 삶에 깃든 여러 고민을 이런 인물들을 통해 접하면 작은 공감을 느낄 수 있겠다고 여겨졌다.
출처 : 해피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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