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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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이상한 행동을 하는 어리숙한 기사 정도로만 바라봤다고 기억한다. 혼자서 기사도 정신을 주장하며 서재에서 읽은 기사 소설에 몰두하던 인물이 어느 날 갑자기 갑옷을 둘러입고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떠나니, 그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시선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매서운 검을 휘두르는 전사가 아니라 종이 위에서 만든 환상의 세계를 실제처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의 모습은 꽤나 독특하게 느껴진다. 스페인이라는 지역적 배경도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 반종교개혁 운동의 기세가 강하게 퍼져 나가던 시기였고, 서서히 문화적 침체가 찾아오던 때였다. 그 안에서 생계를 위해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가 끝내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 그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 옆에서 투덜거리며 동행하는 산초 판사도 잊어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작은 보수를 바라고 따라다니던 인물로 그려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꽤 재치 있는 태도로 돈키호테를 보좌한다. 한쪽은 현실에 발붙이지 않고 공상 속을 누비고, 다른 한쪽은 허황된 주장을 알면서도 차마 질려서 떠나지는 못한다. 아주 어색하면서도 왠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한 쌍이다. 둘 다 세르반테스가 만들어낸 상상 속의 인물이고, 그 뒤로 수 세기 동안 전 세계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재밌게도, 이 이야기 속에는 허무맹랑함만 잔뜩 들어 있는 것 같아 보이면서도 어떤 삶의 아이러니가 녹아 있다. 누군가는 돈키호테를 광기로 가득한 실패한 기사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시대의 구속을 벗어나고자 몸부림친 자유로운 영혼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마음 한 구석에서 돈키호테가 보여주는 태도를 생각하면, 자기가 목표로 삼은 이상이나 가치에 대한 미련이 얼마나 강력하게 작용하는지 새삼 떠오른다. 화려한 상상 속 용과 마법사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그는 그것들이 실제로 있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흔들림 없는 확신을 갖고 자신이 믿는 바를 끝까지 쫓으려 든다. 일상적으로 보면 멍청해 보일 수밖에 없는 행동이다. 바람개비 같은 풍차를 거대한 괴물이라 지레짐작하고 달려드는 모습은 차마 말릴 수 없을 만큼 어이없다.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으니 무턱대고 응원하기에는 문제가 많아 보이지만, 어딘가엔 그런 무모함이 사람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기도 한다고 느낀다.

출처 : 해피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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