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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라는 이야기는 어린 시절의 씁쓸함과 동시에 환한 순간을 함께 품고 있다. 주인공 제제는 여섯 살 아이로 등장한다. 호기심이 넘치고 말썽도 많이 부린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는 터라 아버지는 일자리를 잃었고, 형제들도 많아서 집안 분위기는 늘 조금씩 팍팍하다. 그런데도 제제는 자신만의 세상을 만든다. 상상력을 통해 외롭고 고된 환경을 견딘다. 집 근처에 있는 작은 라임오렌지나무가 그의 비밀스러운 친구가 되어 준다. 그곳에서 함께 뛰어놀고 속상할 때는 혼잣말을 하며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아이가 식물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모습이 애틋하게 느껴진다.
브라질이라는 넓고 낯선 곳이 무대다. 따뜻한 햇볕이 쏟아지는 것 같은 묘사가 책을 펼칠 때마다 눈앞에 아른거린다. 거대한 강과 신선한 과일들, 그리고 그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작은 아이의 모습은 그 자체로 생생하다. 가끔은 제제의 개구쟁이 같은 장면이 웃음을 유발하지만 이내 숨겨진 상처가 드러나며 마음이 무거워진다. 제제는 부모에게 종종 뺨을 맞는다. 악의적이라기보다 가난 속에서 어른들의 여유가 사라진 탓으로 느껴진다. 제제가 왜 그리도 장난을 치는지 읽다 보면 어른들의 사랑을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조금씩 와닿는다.
통역과 번역을 맡았다는 사람의 후기가 떠오른다. 젊은 시절 데모와 시위가 끊이지 않던 때에, 그는 서투른 솜씨지만 열정 하나로 대학 노트 두 권에 이야기를 옮겨 적었다고 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던 시기였을 듯하다. 거칠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이 책을 번역한다는 사실이 위안이 되었을 거라고 짐작된다. 누구나 젊은 날에는 과감한 열정을 품고 산다.
출처 : 해피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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