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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룡이 남긴 기록물은 전쟁과 관련된 혼돈과 고통, 그리고 반성이 함께 녹아 있기에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그 시대를 직접 살아간 이가 남긴 문장에는 단번에 전해지는 현장의 숨결이 있다. 힘없는 백성들이 겪었던 처절함과 서글픔이 글자마다 서려 있다고 느꼈다. 차분하게 펴서 읽기 시작했을 때는 무척 가벼운 마음이었다. 몇 장을 넘기자 그 시대의 관료들이 보여준 태도, 병사들의 혼란, 조정 내 갈등과 왜군의 침략 과정이 차츰 드러나서 머리가 복잡해졌다. 한편으로는 그 기록물을 쓴 사람의 비통함이 전해지는 듯해 마음 한구석이 저려왔다. 전쟁이 어떤 재앙을 가져오는지 직접 확인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유성룡이 당대에 국정을 운영하는 핵심에 있으면서도, 무언가 그가 품었던 무거운 책임감과 후회, 그리고 장래에 대한 염려가 한줄한줄에 묻어나온다고 생각했다. 무너져버린 체제, 내부의 분열, 지휘부의 혼선 등을 접할 때마다 사람들의 어리석음이 얼마나 큰 결과를 낳는지 가슴이 답답해졌다. 훗날 이런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록을 남긴 의도가 느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랜 전쟁이 만들어낸 참상이 이렇게 치밀하게 담겨 있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다른 사료에서 단편적으로 접했던 임진왜란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김문수가 주해를 더했다고 들었다. 현대 독자들이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여러 해석이 덧붙여졌다는 점에서 반가운 마음이 생겼다. 옛 문체가 난해하게 느껴질 때가 많은데, 보충된 설명을 통해 역사적 배경과 인물들의 의도를 비교적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전투 장면이나 외교 문제, 신하들 사이의 대립과 전황 보고 등에 대한 해설이 도움이 되었다. 시대적 맥락을 알아야 사건의 의미가 바로 들어오기도 하니까 호흡이 좀 더 부드러워지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과거와 현재가 맞닿아 있는 지점을 조금이라도 깊게 바라볼 수 있었다.
출처 : 해피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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