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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펼쳐보았을 때 어딘가 어수선한 기분이 들었다. 실험이란 단어가 왠지 딱딱하게 느껴졌고, 심리학이라는 분야가 머릿속에서 어렵게만 여겨졌다. 그러나 페이지를 조금씩 넘길수록 예상과 달랐던 분위기가 풍겨왔다. 화려하게 꾸민 문장이 아니라, 담담하게 서술된 실험의 역사와 결과가 사람과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물음을 제기했다. 어떤 이들은 제목만 듣고 행동주의 심리학자 스키너 한 사람의 이야기만 가득할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여러 심리학자들의 다채로운 시도가 등장한다. 저자는 실험 하나하나를 통해 자기 생각을 내비치면서, 인간이 자유로운 존재인지 아니면 본능과 환경의 지배를 받는 존재인지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진다.
첫 장에서 접한 내용은 행동주의 심리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스키너의 이야기가 많았다. 그는 강화와 처벌이라는 개념을 통해 사람과 동물이 어떻게 학습하는지에 대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특정 행동이 뒤따르는 결과에 따라 학습자는 행동을 더 빈번하게 하거나 피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쥐가 레버를 누르면 먹이가 나오는 방식을 통해, 행동이 환경의 결과물에 의해 점차 변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책 속에서 묘사된 장면을 읽으면서, 과연 인간이 환경을 선택적으로 변화시키고 그것을 활용하는 주체인지, 아니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그저 반응하는 존재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건 단 하나의 문장으로 결론을 내릴 문제는 아닌 듯하다. 스키너가 제기한 관점은 매력적이기도 하고 기묘하게 소름 끼치기도 한다. 긍정적 강화와 부정적 강화라는 원리로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그것 자체가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뒤이어 소개되는 밀그램의 연구도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밀그램은 충격 실험을 통해서 권위에 대한 복종이 얼마나 강력하게 작용하는지 보여준 바 있다. 가짜 실험 참가자에게 큰 고통을 준다고 믿으면서도, 실험자가 계속하라고 지시하면 대부분 사람이 거부하지 못하고 따르는 장면이 펼쳐진다. 책에 따르면 이런 결과는 사람이 스스로 결정을 내릴 때와, 권위자 지시에 의해 움직일 때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인다는 점을 드러냈다. 사실 그 실험은 윤리적 문제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대중의 시선을 끌었던 만큼, 사람은 생각보다 자기 의지를 쉽게 양보한다는 놀라운 점을 드러냈다고 느낀다.
출처 : 해피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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