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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큐정전을 직접 읽어본 사람이라면, 맨 처음에 등장하는 아큐라는 인물을 떠올리며 미묘한 감정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나름대로 자존심을 내세우면서도 어설픈 자기 기만에 빠져 지내는 그의 모습이 실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웃음 뒤에는 묘한 쓸쓸함이 깔려 있다. 작품을 쓴 루쉰은 당대의 중국 사회를 두루 관찰했을 것이다. 그가 보았던 민족의 모습에는 왜곡된 자부심과 무기력, 그리고 희미한 희망이 뒤섞여 있었던 듯싶다.
아큐의 행동을 보면 거창한 이념이나 정책과 무관해 보이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 같은데, 그러면서도 묘하게 상징적인 요소를 띠는 장면이 많다. 때로는 두들겨 맞으면서도 허세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주변 사람에게 무시당하면서도, 마음속에서는 자기 자신을 높이는 방식으로 위안을 찾는다. 어떤 의미에서 그는 허황된 자기 긍정의 전형처럼 보인다. 얻어맞고도 “내가 진 게 아니다”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그의 마음이 어찌 보면 애잔하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가 중국의 특정 계층이나 민중 전반에 깔려 있었던 정신적 풍조를 은유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예전에 누군가는 아큐의 모습을 보며 비겁하거나 우스꽝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누군가는 또 그 속에 숨어 있는 약하고 뒤틀린 정신 구조를 지적하기도 했다. 혼란스러운 시대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이 저마다 방식으로 현실을 버텼을 것이고, 아큐는 그 형편없는 현실을 소극적으로 어루만지는 존재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는 거의 아무것도 바뀌지 않지만, 자기 위안으로 상황을 견딘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안쓰럽다.
하지만 그런 안쓰러운 태도가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때때로 그의 허세가 몹시 과장되어 주변 사람들의 조롱을 부르기 때문이다. 루쉰이 이 인물을 통해 노려본 것은 온갖 헛된 이상과 비굴함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당대 중국인들의 내면 같았다.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자세히 알지는 못하더라도, 아큐정전에 스며 있는 비판적 시선은 상당히 통렬하다. 자신에게는 아무 힘도 없으면서 괜히 허풍을 떨고, 그나마 가진 것도 별로 없는데 자꾸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려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게 진짜 인간의 민낯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스스로 달래면서 그저 하루하루 견디는 것이다.
출처 : 해피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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