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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사랑을 물방울과 보라색이 어른거리는 것이라고 느낀다. 들에 나가 보라색 꽃잎 몇 장 주워와 흰 봉투 안에 갈무리했던 일, 동그라미의 이름에 배어 있는 물방울의 물기로 사랑을 표현하네. 그 사랑은 ‘십만 년의 사랑’이다. 너에게로 닿는 데 십만 년이라는 하세월이 걸리고 십만 년의 해, 십만 년의 달, 십만 년의 강물이 흐르고 지독한 고독의 시간을 지나 하필이면 비탈진 저녁 산기슭에서 만나다니. 천 번쯤 매미로 천 번쯤 뱀으로 천 번쯤 개의 발바닥으로 한 번은 소나기로 한번은 무지개로 생겨나고 저물었으리. 운명적인 만남을 이렇듯 필연적이고 서정적인 필체로 그려내니 감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사랑에 닿는 일이란 이렇듯 지독한 시간을 견딘 후의 일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더욱 사랑은 기막히고 소중하여 불멸의 눈부신 꽃이 아니던가. 이 사랑을 가까이에 두려고 그는 불편한 손을 자처한다. 마치 인어공주가 사랑을 위해 가장 소중한 것을 바치고 고통을 택한 것처럼.
출처 : 해피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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