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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가 쓴 여러 이야기 중에서 한 편을 꺼내어 읽으면, 왠지 마음 한편이 따뜻해진다. 특히 어떤 고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때 그가 전하는 메시지에 시선을 두면, 종종 답이 보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의 문장은 어려운 장식 없이 흐르는데, 그래서 더 깊숙이 다가온다. 러시아의 배경이지만 도시의 소음이나 풍경은 그리 복잡하지 않게 전해지는 편이다. 평범한 인물이 나오고, 그 인물이 겪는 사건을 통해 한 인간이 어떻게 정신적 변화를 겪는지가 드러난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결국 사람의 내면에 있는 사랑과 양심 같아 보인다. 가난한 이웃이 어떻게 버티는가, 혹은 인간이 진정 행복을 찾으려면 무엇을 놓아야 하는가, 이런 점들을 작가 특유의 진지함으로 펼쳐 놓았다. 가끔은 거칠게 묘사되기도 한다. 어떤 구절에서는 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선명하게 그려져서 서늘한 기분을 주기도 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표제작은 사람 사이의 애정과 희생을 다룬다. 처음 등장하는 구두장이, 길가에 웅크리고 있던 낯선 사내를 데려다 돌보는 그 장면부터 마음이 자꾸 흔들린다. 누구나 한 번쯤 길 위에서 낯선 사람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를 모른 척 지나치거나, 잠시 동정하고 뒤돌아서거나, 혹은 자신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지 먼저 따져볼 때가 많다. 하지만 이야기 속 구두장이는 그러한 계산을 길게 하지는 않는다. 집안 형편이 좋지도 않고, 아내가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멈춰 선다. 그의 심정이 오롯이 전달되는 대목이다.
아내는 처음에 당황하고 화를 낸다. 그래도 남편이 보여준 마음에 서서히 이끌린다. 의문스러운 눈빛을 보내다가, 낯선 사내에게 빵이라도 먹이려 애쓴다. 차가운 얼굴로 대할 수도 있었지만, 결국 그도 사람이다. 먹지도 못하고 길에 쓰러져 있던 이가 집 안에 들어왔으니, 그냥 내칠 수는 없다는 듯한 태도로 변한다. 그 모습이 마치 작은 연민의 불씨가 천천히 피어오르는 것 같다. 구두장이는 그런 아내를 보며 안도하면서, 아직 세상이 살 만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출처 : 해피캠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