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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오동도에 놀러 간 적이 있다. 하늘이 뾰족뾰족하게 보이는 빽빽한 나무들 사이를 지나며 오르다가 바다를 보기위해 아래로 내려갔는데 그 곳에서 복효근의 시 ‘섬’을 만났다. 그 시의 내용이 감동적이었고 취향에 맞아서 이 시집을 읽게 되었다. 또 시집의 제목이 잔잔하고 얇은 어둠이 밀려오는 해질녘의 느낌이 있어서 보게 되었다.
<중 략>
‘물앵두 익을 무렵’이라는 시는 마음의 노트에 필사를 했다. 사진사가 좋은 풍경사진을 찍어 보관해두듯이. 첫 연은 이렇게 시작된다. ‘새들이 남겨놓은 물앵두/ 몇 알을 따면서/ 그것을 가로챈다거나 훔친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리’라고 말이다. 나도 벚나무밑을 지나면서 버찌를 달디달게 따 먹은 적이 있었는데 쬐그만 새와 같이 먹는다거나 새의 먹이를 훔친 것 같기도 해서 미안한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앵두를 먼 우주의 보석별로 비유하거나 끝연에서 ‘물앵두와 새와 별과 우주와 한 인연으로 엮인 것이/ 못 견디도록 신기로웁고 흥감하여’라는 시행들은 점점 외연을 확대해가는 시적 확장을 체험하기도 한다. 또 ‘내 심장에서 막 꺼낸 숯불처럼/ 뜨거운 낱말인 듯’이라는 말은 은유의 이미지가 퍽 놀라울 뿐이다.
출처 : 해피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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